뇌 교육 원론 14강. 뇌 정화하기 3단계

실재하지 않는 기억

실재하지 않은 기억 뇌의 정화하기 인재 회복 단계에서는 뇌 기능 활성화를 저해하는 두뇌 환경 즉 부정적인 정보와 피해 의식 그리고 자신을 구속하는 기억이나 감정을 정화하는 것이 목표다.

건강 관리를 위해 몸을 깨끗하게 씻듯이 정신 건강을 위해 뇌 속에 쌓인 정보도 때때로 걸러내고 씻어줄 필요가 있다.

뇌 속의 정체를 일으키는 정보를 정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이 단계의 목표다. 뇌를 정화한다는 것은 모든 감정과 기억 욕망과 이기심이 정보에 따른 뇌의 현상임을 이해함으로써 이를 객관화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정보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희로애락의 감정에 늘 이리저리 휩쓸리게 된다.

그러나 감정과 기억 욕망과 이기심의 실체를 알면 부정적인 정보를 능동적으로 정화하는 힘이 생긴다.

사람들은 대부분 뱀을 보면 놀라고 무서워한다. 뱀에 대한 공포가 심한 경우는 사진만 봐도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뱀을 반기는 사람도 있다. 뱀을 잡아서 돈벌이하는 땅꾼이다. 뱀은 뱀이 일 뿐이지만 뱀이라는 정보에 대한 반응은 각자 처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뇌 정보의 중요도

뇌 속의 다른 정보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기준으로 정보를 처리하는가에 따라 그 정보의 의미와 쓰임새가 좌우된다. 뇌에는 시시각각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저장하는 기준이 있다. 뇌가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생존에 얼마나 필요한 정보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생존의 위협적인 상황을 초래한 정보는 뇌 깊숙이 저장해 둔다. 이런 속성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상황은 일회적이고 순간적이었다고 해도 잘 잊히지 않는다.

내가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두 번째 기준은 정보 자극의 빈도다. 자극이 한두 번 전달되다가 끊기면 내는 그 정보를 단기 기억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자극의 빈도가 잦아지면 뇌가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하여 장기 기억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감정이다. 단 한두 번의 자극이어도 감정이 개입하면 정보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단어의 감정을 투사하면 기억이 잘 되는 것도 뇌의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이다.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인은 해마이고 감정에 관여하는 부인은 편도체다. 해마와 편도체는 아주 가깝게 이웃에 있어 편도체의 감정적 반응은 해마가 기억을 처리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편도체의 반응

정보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은 눈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뇌의 시각 피질과 편도체 두 곳으로 나뉘어 들어가는데 편도체로 가는 길이 더 짧아서 편도체가 시각 피질보다 정보에 먼저 반응한다.

우리가 대상을 보았다고 느끼기도 전에 편도체는 이미 그 대상에 대해 좋다거나 싫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편도체의 감정 반응과 깊이 결합한 장기 기억은 평생을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장기 기억은 되게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제멋대로 올라와 과거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되살리곤 한다.

컴퓨터처럼 뇌에도 삭제 기능이 있다면 이런 원치 않는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뇌에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울 방법이 없다. 뇌를 정화하는 것도 기억 자체를 지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뇌의 메커니즘에 맞지 않다.

감정적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기억의 속성을 활용해야 한다. 기억이란 사진과 달리 매번 떠올릴 때마다 재편집되는 가변적이고 불안정인 정보다 기억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자신의 뇌가 구성하고 편집해서 붙잡아둔 정보일 뿐이다. 기억이 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을 자꾸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를 멈추려면 감정과 결합하여 있는 기억에서 감정을 분리해내야 한다. 기억에 붙은 감정의 에너지를 스스로 놓아버림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감정적 기억에서 감정의 에너지를 빼내고 새로운 기억으로 재편집하는 것이다. 이것이 뇌의 정화하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정보 정화와 치유

피해의식이나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것은 뇌의 작용에 스스로 속는 것이다. 위험한 것 위협받았던 것을 기억하려는 생존 메커니즘에 따라 일어나는 뇌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부정적인 기억과 거리를 두고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뇌 감각 깨우기와 뇌의 정화하기는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뇌 내 환경을 만드는 준비 과정이다.

뇌는 부정적인 감정과 관련된 상황을 잘 기억하도록 진화했는데 이는 무섭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이후에 유사한 위험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 기능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정보라 하더라도 기억이 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정신적 충격으로 스트레스 장애를 겪거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을 억압하거나 피해의식 때문에 무기력해지는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적어도 이 같은 부정적인 기억을 더는 강화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화를 위한 뇌의 전략

그런데 뇌의 전략에 따라 그런 기억을 자꾸 떠올리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기억을 강화하는 일이 되고 만다. 뇌 속 정보 중에는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과 크고 작은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정보들이 있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형성하고 의식 성장을 가로막는 이 정보들을 정화하고 치유하려면 우선 그런 기억 정보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르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이를 회피하거나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회피하거나 무시하면 기억은 잠시 숨는 듯하다가 이후에는 더 집요하게 고개를 둔다. 정화와 치유는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고 용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허용하고 기억에 붙어 있는 감정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을 괴롭히던 특별한 기억이 차츰 평범한 기억으로 바뀐다.

이미지 연상법

뇌 정화 과정에서는 이미지 연상법을 적극 활용한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 뇌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일로 받아들이고 이에 반응한다. 운동선수들이 일정 기간 휴식하면서 상상으로 운동 연습을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실제로 기량을 향상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몸만 움직이지 않을 뿐 운동할 때 쓰는 뇌 회로를 똑같이 쓰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함으로써 뇌의 작용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정이나 정서는 마치 밑그림처럼 뇌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감정이나 정서에 심각하게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뇌의 정보 처리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뇌 정화는 뇌가 원활하게 정보 처리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신경계에 쌓인 부정적인 정보를 씻어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의식도 한결 자유로워진다. 의식을 무겁게 짓누르던 기억의 덕 깨를 걷어냄으로써 자긍심과 자신감도 되살아난다.

뇌를 정화하는 과정을 통해 뇌 내 정보 환경이 자유로워지면 그때 비로소 뇌가 진정한 창조성을 발휘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